왕관엔딩 잡 생각
왕관게일 우선 크게는 줄기 2개가 있는듯 함:
1. 왕관을 가지고 승천. 자신안의 카사이트 위브와 왕관을 이러쿵 저러쿵해서 제작을 끝내고 사용했다고 함. 미스트라를 직접 챌린지 하지 않고 야망을 자기 도메인으로 삼아서 살아있는듯
a. 라파엘과 딜을 했지만 깨고 왕관을 게일이 직접 가져서 승천 할 경우 라파엘이 다시 왕관을 가지러 오지만 게일이 그를 다시 지옥으로 보냄
b. 로맨스를 했을 경우 게일이 같이 승천하자고 하고 실제로 천상으로 같이 갈 수 있음
2. 왕관을 가지고 승천 도중 오브가 터져 사망. 이건 아마 미스트라를 안 만나서 카사이트 위브에 대해 모를때 이런듯.
a. 이걸 라파엘이 말해주던데 내가 본 비디오에선 아마 라파엘과 딜을 하고 왕관을 안 가져다준 경우인듯. 딜을 안 했을땐 어떻게 아는지 아직 모름
우선 내가 기분이 이상했던 이유: 왕관 게일이 플레이어를 뒤에 남기고 가는 엔딩이 난 좋았거든 ㅋㅋㅋㅋ 로맨스 엔딩땐 '왕관과 신성을 가지고 돌아올게. 같이 신이 되자' 라고 하고 떠나거나, 로맨스중일때 설득에 실패하면 헤어지고 '너 쵸슨 만들어줄게' 라고 하는데, 그 끝의 불확실함이 개인적으로 좋았음. 끝에 그 광기 서린 표정이라던지 야망에 잠식된 말투, 오만 등등이 "아 얘는 파멸하겠구나" 라는 쎄한 느낌을 주는게 마치 추락해버릴 이카루스 같아서. 근데 에필로그에 뙇! 진짜 신이 되었습니다! 하고 나타나서 실제로 플레이어를 데리고 승천하는게 뭐랄까 게일 스토리의 의미를 좀 흐린다고 생각했음.
근데 좀 더 많은 대화 옵션들을 보고 곰곰히 생각하다보니 의견이 좀 바뀐게, 각각 컴패니언들 스토리의 목적은 사실 어떤 '교훈' 을 주는게 아니라, [불편함과 불완전함에도 불구하고 인간성을 찾기/유지하기 vs 완벽해보이지만 결국은 자신을 잃어버리는 자기 부정의 길을 걷기] 에 관한 메시지와 질문을 던지는거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해왔음. 그리고 게일의 에필로그에서 보여진것들을 보아, 결국 이 루트에선 게일이 인간성을 잃은게 맞는듯 함:
1. 타라가 엄청나게 슬퍼하고 플레이어를 원망하고, 그러다 결국 이건 게일의 어리석음과 오만탓이라고 인정 함. 그리고 언제 자기와 게일 엄마를 보러오지 않겠냐고, "원래" 그를 알았던 사람과 같이 차 한잔 하는걸 원한다고 함. 게일은 그동안 엄마도, 아마 타라도 - 즉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했던 존재들과 모럴 컴파스를 - 보지 않은 것 같음.
2. 게일의 전체적인 태도도 좀 냉담하고 어딘가 멀리 떨어져있는 느낌이 있지만, 특히 대사들중 결여된 인간성이 보이는게 몇몇 있음. "페이룬이 항상 이렇게 따분했었나/ 볼 품 없었나?" "나는 더 나은 버전의 내가 되었지" "엘리시움에선 시간이 다르게 흘러서, 벌써 이렇게 오래 되었다는것도 몰랐어" "승천의 세부사항은 필멸자들의 이해를 뛰어넘는 부분이 있으니 쉽게 말하자면..." "AO 승인하기 전까진 내 팔로워들에게 힘을 나눠줄 수 없어. 아마 한, 천년정도 걸리지 않을까" 그리고 결정적으로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어. 떠다니는 먼지에 불과한 위저드였지. 나의 신에게 버림받고, 힘을 다 잃고, 명성도 무너진. 이제 나를 봐' 인데, 노골적으로 과거의 자신을 거부하고 무시하고 있음
a. 또한, 자신은 미스트라가 위브와 한 몸인 것 처럼 자신도 야망과 구분할 수 없는, 한 존재라고 함. 야망이 있다는 것 자체가 현재 상태에 만족스럽지 않으니 계속해서 뭔가를 추구한다는 뜻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게일은 끊임없이 허기지던 자신의 오브와 같은 존재가 되었음.
b. 게일이 자신의 교리에 대해서 아래와 같은 말을 함. 이 중에 중요한게 '내 초라한 기원은 내 교리에 중심적이지... 야망은 시작에 관한거야. 그건 그저 정점에만 대한게 아니라, 그 전에 왔던 가장 낮은곳에 대한것이기도 하지..." 그 후에 저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어' 라는 말을 하는데, 이게 흥미로웠음. 겉으로만 보면 동트기전이 가장 어둡다.. 라는 말처럼 들리기도 하는데, 자세히 보면 결국 자신의 원래 존재는 한없이 부정하고 "극복해야" 하는것으로 치부하는 것 같아서. 굉장한 자기부정이 보이는 것 같았음.
3. '너는 네 추종자들에게 뭘 주는데?' 라는 질문에 게일은 '난 그들에게 아무것도 권하지 않아, 난 그들이 자신의 운명을 직접 자기손으로 잡을수 있다는 영감을 주지, 내가 한것처럼 말이야. 나는 그 증거야.' 라고 하고, '그럼 악한 야망은?' 이라는 질문에는 '나는 야망의 신이지, 야망의 결과에 대한 신이 아니야. 선과 악의 중재인도 아니고' 라고 함. 난 이게 참 재밌었던게, 1. 데브노트에서 '그는 질문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라고 하는게 재밌었음. 이게 과연 대답하기 싫어서일까, 아니면 자신의 양심이 찔려서일까, 아니면 상관없는 질문이라 생각해서 그런걸까? 2. 게일이 보트에서 자기는 필멸자들을 도와줄거라고, 신들이 우리를 돕지 않으니 직접 와서 중재할것이라고 했잖아? 자신의 필멸자의 마음과 신의 힘이 있으면 그럴 수 있다고. 근데 승천하니 그냥 필멸자들을 깔보고 그들에게 무심한 여느 시시한 신과 달라지지 않았음. 자신의 신도과 사원들이 늘고있다고 우쭐해하던데, 그게 신들의 '나는 너희들을 위해서 별로 뭘 해주고 싶진 않지만 그래도 너희들은 날 숭배해야해' 라는 마인드셋과 닮은 것 같아서 이것도 재밌었고... 결론적으로 다른 신들과 마찬가지로 재수없고 가오없어짐 ㅋㅋㅋ
a. 진짜 웃겼던거. 타브가 '넌 필멸자들이 직접 모든걸하게 만드는 다른 신들과 다르지 않네" 라고 하면 '아니, 난 그냥 내 관여함에 대해 더 솔직한 것 뿐이야. 그리고 이유가 있으면 더 직접적으로 도와주기도 하고" 하는데 도와주는게 힘들어 하는 장인에게 귓속말 해주기, 불만있는 마법사를 위해 바람으로 마법서를 맞는 페이지로 넘겨주기 이런거 ㅋㅋㅋ 그리고 데브 노트에 "자기 자신에게 아주 감명받음" 이렇게 되어 있는게 너무 웃겼음
b. "Ethical quandaries are more the remit of my mortal devotees. (윤리적인 문제는 내 추종자들의 몫이지)" 라는 대사가 있는데 진짜... 한대 쥐어박고싶음 ㅋㅋㅋㅋ
4. 1a 에서 라파엘이 마지막으로 하는 말이, 게일은 미래에 세상에 지옥의 로드들도 놀랄만큼 엄청난 분열과 혼돈을 가지고 올것이고 자신은 그 혼란을 틈타 왕관을 가질것이라고 말 하는데, 물론 라파엘의 허황된 꿈이라 할수도 있겠지만 아마 실제로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함. 게일 대사중 하나가 '아직까진 미스트라가 그의 영역에 통치를 하는것이 괜찮아 ("for now, Mystra is welcome to her dominion")' 이고, 그 후 자기는 더 큰 야망이 있다고 하는데, 이게 결국 게일은 가까운 미래든 먼 미래든 더 위로 올라가려고, 그래서 결국 다른 신들의 영역을 침략하는 것이든 뭐든 어리석은짓을 할 거라는 예시라고 생각함.
5. 게임 스크립트에 신이된 게일에 대해서 "그의 자아는 그의 마법만큼 거대합니다. 진짜 게일의 열등감/불안감이 그의 신과 같은 자심감 아래에 숨어있고, 플레이어를 향한 사랑도 그렇지만, 이건 분명하게 어두운 길로 들어서는 게일이다" (his ego is as powerful as his magic. The real Gale's insecurities still lurk beneath his godlike confidence, as does his love for the player, but this is clearly a Gale setting out on a darker path.) 라고 하는데... 역시... 신이 된다고 네가 행복해진건 아니지.. 그리고 다른 인터렉션들도 데브노트를 보면 '플레이어가 감명받지 않아 짜증이 났다' 등등 열등감 보이는 부분이 많음
로맨스 엔딩이 아마 내 꽁기했던 기분의 이유같음. 뭐랄까, "인간성을 버렸으면 끝까지 버려!! 날 잔인하게 버리고 혼자 가버려!! 인간성을 버리라고 널 몰아부친 나에게 상을 주지마!!" 라는 내 아주 개인적인 욕심때문임 ㅋㅋㅋㅋㅋㅋ 난 내가 한 액션에 대해 확실하게 카르마를 돌려받는걸 선호하고 후회엔딩 (ㅋㅋㅋ)을 좋아해서. 그렇지만 생각할수록 이것도 사실 좋고 괜찮다고 생각되는게, 신이 된 게일을 보면서 너무 슬프고 쓸쓸하더라고. 계속 처음 만났을때 귀엽게 주절거리던 게일, 2막에서 어색하고 긴장한 모습으로 이상한 플러팅 걸던 게일, 시덥잖은 농담이나 던지던 게일, 보트씬에서 너무나 필멸자만 할 수 있는 그 처량한 표정으로 사랑한다고 고백하던 게일 등등... 특히 그냥 워터딥 결혼 엔딩 게일씬 보고 이거 보니까 더 그렇더라고. 그때의 따스함은 찾을수가 없어서. 그래서 그 과거의 게일을 애도하는 것 자체로도 (적어도 나에겐) 어떤 카르마라고 생각함.
생각해보면 의도적으로 그를 로맨스한 플레이어들을 위해서 애매하게 남겨놓은게 아닌가 싶음. 그래서 그를 승천시킨 플레이어들이 벌받았다고 생각하지 않게, 혹은 그냥 자기 이야기는 스스로 상상할 수 있도록. 자기 파트너를 끝에 천상으로 데리고 가는데 그 프로세스가 어떻게 될지, 둘의 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가 궁금함. 플레이어가 어쩌면 게일의 하나 남은 인간성/ 새로운 모럴 컴파스가 될지, 둘 다 그저 그런 신이 될지, 둘 사이에 사랑은 신들만의 무엇으로 변질될지 아니면 그대로일지, 게일이 실제로 플레이어를 승천 시켜줄지 (팔로워에게 힘을 줄 권력은 없는데 플레이어에게는 어떻게 해주겠단건지 - 왕관으로?), 둘 사이의 힘의 밸런스는 맞을지 등등... 플레이어들이 직접 풀어가야 하는 거겠지. 사람들은 다들 좋아하는게 다르니 이게 누군가에겐 최고의 엔딩일거라 생각함.
*스크립트를 보니 플레이어와 승천하면 그 순간 플레이어도 신이 되는거라 하는데, 흥미로움. 이렇게 한번에 훅 된다고??? 그것과는 별개로, 승천 씬이 처음 위브 레슨씬과 패럴랠을 이루는데 이게.. 좀.. 좋다고 생각이 들긴 함... 흠..
마지막으로, 라파엘이 끝에 야망은 필멸자들이 행할수 있는 달콤한 죄악이자, 불멸자들이 휘두루는 잔인한 무기이다, 라고 하는데, 뭔가 재밌지, 죄악에 빠져 무기로 다시 태어난 게일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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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립트에서 흥미로운게 많아서 글을 더해야 겠음:
1. 플레이어가 '네 야망이 이 힘을 쥐게한게 아니라, 내가 그랬지' 라고 하면 기분나빠함. 데브노트: "기분나쁨을 숨기려 합니다. 그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자신에 대한 이미지가 이의제기를 받는걸 싫어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 데브노트는 "거의 과대망상을 보이는 모습" 이라고 함. 이 시점에서 게일은 아마 minor god 일건데, 그런자가 미스트라와 자신을 거의 동일시한다는게 정말 우스움.
2. 로맨스한 플레이어와 의견차이로 헤어졌을 경우, 마지막으로 키스를 할 수 있는데, 데브노트에 "he still loves them [플레이어]" 라고 나와있음. 신이 된 게일은 타브를 잊을까, 아니면 계속 사랑할 수 있을까..
3. 게임이 계속 게일을 가오 없게 묘사하는게 너무 웃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thinks he's a hotshot now" "그는 그가 이제 잘나가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근데 여기다 hotshot 자체가 비꼬는 의미라 이게 너무 웃김. 게임이 승천 아스타리온을 묘사하는것과 아주 비슷함.
4. 로맨스 대사가 너무.... 마음이 복잡함... 플레이어가 "내가 사랑하던 사람은 어떻게 된거지?" 하면 게일이 "그는 그가 되어 마땅한 신이 되었지" 라고 하는데
a. 플레이어가 승천을 응원했을경우 "나는 우리가 원하던 모든걸 이루었는데, 아직도 너에게 부족한거야?" 라고 하고 데브노트에 "실망 + 짜증이 나 있다, 그가 당신으로부터 판단/평가를 듣고있다는걸 믿을 수 없다" 고 되어있음. 아마 특히 승천하라고 등떠밀어서 그런듯. 신이 되고서도 타브의 acceptance 에 목을 매는게 참 웃김.
b. 헤어졌을 경우 "난 우리의 여행중 너를 아주 많이 믿었지. 넌 그와 같은 예의를 내게 보여줄 수 없었다니, 유감이네. 필멸자가 이해할거라 기대한 내가 어리석었지 (데브노트: 실망/ 무시 - 너와 그 사이에 바운더리를 긋는다)" 라고 함
5. 카자도르가 안 죽은 상태의 스폰 아스타리온에게 하는 대사가 인상적이었음. 아타가 "내 유일한 야망은 카자도르의 시체가 먼지가 되는걸 보는거야" 라고 하면 게일이 "하지만 넌 더 대단한게 될 수 있어. 날 믿어, 난 야망 그 자체고, 닮은건 닮은걸 보니까. 너는 몰라도, 난 [야망을] 느낄 수 있지. 넌 역사책속으로 사라지는거에 만족하지 못할거야. 시간이 지나면 너도 알게될거야" 라고 함. 뭐랄까... 게임 내내 아스타리온이 할법한 말을 게일이 하는게 굉장히 묘했음
6.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플레이어가 '미스트라와 대적하지 않아서 다행이야' 나 '그럼 미스트라를 끌어내리지 않을거야? 별로 야망적이지 않은걸" 이라고 하면 "내가 포기했다고 말한적은 없는데" 라고 하는데 데브노트가 너무 웃김 "당신이 한 말을 반박하고 싶은 필요와, 미스트라와 싸우는건 아주 아주 안좋은 생각이라는 사실 중간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아 진짜 가오 떨어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7. 플레이어가 승천을 거부했을경우 "데브노트: 진심으로 기분이 가라앉습니다. 그는 신이 되었는데, 당신은 그를 거부하다니요?" 신이 되었음에도 자신이 정말 원하는건 못 가지는 게일 좋음